이정랑의 고전탐구◎공기무비(攻其無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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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정랑의 고전탐구◎공기무비(攻其無備)
무방비 상태에 있음을 공격한다.
  • 입력 : 2020. 02.18(화) 09:33
  • 수사일보
이정랑, 언론인. 중국고전 평론가. 칼럼니스트
『손자병법』 「계편」에는 무방비 상태를 공격하고 뜻밖의 전략이나 공격을 창출하라는 이 말은, 손자가 말하는 ‘병은 속이는 것으로 성립한다.’는 ‘병이사립(兵以詐立)’의 정수다. 이것은 역대 병가들이 중시해 온 진공작전의 계략을 운용하는 기본 원칙으로써, 군사들의 좌우명으로 영원히 기억될 책략이다.

전쟁사는 우리들에게 웅변으로 입증하고 있다. 적이 경계와 대비를 하지 않을 때 뜻밖의 시간‧지점에서 갑작스런 기습을 가하면 군사적으로 그리고 심리적으로 엄청남 효과를 거둘 수 있으며, 혼란 중에 상대가 판단에 착오를 일으켜 잘못된 계획과 행동을 저지르게 함으로써 연속적인 실패로 몰아넣을 수 있다.

고대 전쟁에서 무기와 장비는 원시적이었고 기동력과 공격력도 낮았기 때문에, ‘공기무비’는 일반적으로 전술적인 범위, 즉 단거리 기습에 많이 적용되었다. 특수한 정치‧군사‧외교적 상황에서 위장을 배합해야 전략적인 범위에서 ‘공기무비’를 실현할 수 있었다.

“지친 군대가 먼 길을 와서 기습한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좌전』 기원전 628년 희공 32년조) 이 말은 군대가 먼 길을 행군하다 보면 지치고 시간도 많이 소비되어 군사적 의도가 쉽게 노출되게 마련이므로 먼 길을 와서 기습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른바 ‘천리를 행군하는 군대를 누군들 모르겠는가!’라는 말이 바로 그 말이다. 당시의 전쟁은 준비가 간단해서 일단 의도가 드러나면 상대방의 ‘무비’는 곧 ‘유비’로 변한다. ‘섬격전(閃擊戰)’을 모델로 하는 돌연한 기습 전법이 생겨남으로써 ‘공기무비’는 비로소 전략적인 범위에서 진정한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

전략상 ‘공기무비’는 적으로 하여금 잘못된 작전계획과 방침을 실행하게 만들거나 그릇된 전략 행동을 취하도록 압박함으로써 첫 공격의 효과를 보증하려는 것이다. 그 방법은 다양해서 정치‧군사적 속임수를 활용하기도 하고, 사실의 진상을 왜곡하기도 하며, 적을 현혹시키는 정보를 흘리기도 하고, 인심을 혼란시키는 유언비어를 퍼뜨리기도 한다. 이렇듯 상대방의 사상을 완전히 혼란 상태로 몰아넣어 통일된 작전 행동을 취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전술상 무방비를 공격한다는 것은 전투지에서 대담하고 확고한 행동을 취하는 것을 말하며, 지리적 이점과 공간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병력과 무기를 사용하되 새로운 전술을 펼치며, 전기(戰機)를 놓치지 않고 적의 허점을 확실하게 움켜쥐어야 한다. 여기서는 참신한 전술 수단이 가장 중요하다. 처음 사용하는 새 전술은 적이 헤아리기 어렵다. 전투에서 기적을 창조해내는 영웅은 새로운 수단의 창조자가 아니라, 기존의 수단을 참신한 방식으로 활용할 줄 아는 자다.

1940년 5월 10일, 나치 독일 군이 벨기에를 기습한 것은 전술상 ‘공기무비’의 모델로 꼽을 만한 것이었다. 독일 군은 에버트 운하의 남부 방위선을 지탱하고 있는 요새를 기습했는데, 이 방어선은 마지노선과 나란히 거론될 만큼 유럽에서 이름난 군사‧방위 체계였다. 독일이 네덜란드와 벨기에를 정복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길을 돌아 프랑스를 침입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 ‘자물쇠’를 열지 않으면 안 되었다.

‘공기무비’라는 군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기습방식이 아닌 기묘한 방법을 구사할 필요가 있었다. 독일은 포병과 공중 화력의 뒷받침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겨우 백 명밖에 안 되는 낙하산 부대를 야밤에 수송기를 이용하여 요새 정상에 투입했다. ‘하얀 눈꽃이 정상을 뒤덮듯’ 이 기습 전술은 군사 사상가들의 낡은 사유 방식의 틀을 여지없이 깨어버리는 것이었다. 열 배에 가까운 벨기에 군대가 독일 군의 진공에 대비하여 충분한 방어벽을 구축하고 있었지만, 이처럼 모두가 잠든 밤에 하늘로부터 내려올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필자 : 이정랑, 언론인. 중국고전 평론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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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 : j64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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