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15(수) 14:38
- 이태원 참사 이후 정부 당국의 트라우마 관리 촉구 성명서
- 2022년 11월 09일(수) 11:02
이태원 참사와 같은 사회적 재난 이후 사건을 경험한 생존자나 유가족은 물론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우리는 다양한 트라우마 반응을 경험할 수 있다. 그 지옥 같은 경험의 증인이 바로 5 18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의 생애이기에 이태원 참사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를 정부가 나서서 체계적으로 치유하고 지원하고 보호해주길 촉구한다.
생때같은 목숨이 도심 한복판에서 저 세상으로 사라졌다. 예상할 수 없었던 충격적 경험 이후 우리의 생김새와 성격이 다양한 만큼 이 경험을 사람마다 다양하게 소화하게 되는데 자칫 체한 경험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PTSD라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가게 된다. 그 경험은 무척 고통스러운데 일련의 고통스러운 결과는 5 18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의 트라우마 경험을 보면 극명히 알 수 있다.
하지만 기억을 소화하는 4~6주 동안 안정적으로 관리를 하게 되면 PTSD로 진행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이때 도움이 되는 다양한 안정화 기법들을 전문가들로부터 도움받아야 한다. 42년 전 5 18민주화운동 피해자들에게는 이 과정이 허락되지 못했다.
고통스러운 과거는 다른 형태의 폭력이나 혹은 가면을 쓴 양태로 몸과 마음에 다시 나타난다.
‘국가폭력’ 또는 ‘국가테러’라 할 수 있는 광주5 18의 피해자 중 아직 성폭력 피해자와 정신적 피해는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트라우마란 개념이 최근에야 한국사회에서 인식되기 시작했다. ‘뉴스1’에서 작년부터 피해자 37명을 심층 인터뷰하기 시작했다. 광주시는 ‘뉴스1’ 보도 이후 지난 5월부터 5 18피해자를 대상으로 실태조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총 2천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했고 이달 말에 결과보고서를 공개할 예정이다.
5 18민주유공자들은 모두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5 18 민주유공자 45% 정도는 고문 후유증과 트라우마로 알코올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아 알코올중독 치료를 받았다. 24.3%는 가정생활이 파탄 났고 아예 결혼도 하지 못한 사람도 있다.
“5 18 피해자들은 술과 약에 의지해 국가폭력에 대한 분노를 삭이며 사회적으로 고립됐고 사회적 편견, 왜곡으로 공동체의 구성원이 되지 못했다.”
피해자들이 받은 일시적 보상금은 대부분 병원 치료비 등으로 사용해 5 18민주유공자들은 생활고에 시달리는 이들이 많다. 80년 5월 이후 트라우마와 고문 후유증, 사찰 등으로 일을 하지 못해 '무직'이다. 5 18 피해자는 매월 급여 형태로 보훈 급여금을 받는 '국가유공자'가 아니라 '민주유공자'다. 일시적 보상금 외에 유공자 혜택은 있으나 연금은 따로 받지 않는다. 이들은 대부분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생계자금으로 겨우겨우 살아간다.
치유되지 못한 트라우마의 상흔은 그들의 생을 이렇게 할퀴었다. 트라우마는 사건 이전의 상태로 온전히 치유되지 못한다. 평생 짊어지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트라우마로 인해 개인의 삶과 공동체가 파괴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이 관리는 트라우마를 겪는 당사자와 온 사회가 함께해야 한다. 그리할 때 트라우마는 역으로 우리 사회의 긍정적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이태원역에 붙어 있는 수많은 포스트잇 애도 글 중에서 가장 많고 가장 가슴 아픈 건 ‘당신 탓이 아닙니다’라는 문구다. ‘놀다가 죽은 걸 가지고 왜 냔리냐, 그런데 간 사람이 잘못이지’라는 따위의 괴변에 대응하는 방패 말들이었을 것이다. 황망하게 이승을 떠나는 그 수많은 목숨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인사가 ‘당신들 잘못이 아니다’라는 말이라면 분명 무언가 잘못되어있다. 5 18민주화운동 피해자들도 지난 42년간 이런 오해와 가짜뉴스, 조직적 진실의 은폐로 수많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열린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아들딸을 잃은 부모의 심경에 감히 비할 바는 아니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비통하고 마음이 무겁다”며 “말로 다할 수 없는 비극을 마주한 유가족과 아픔과 슬픔을 함께하고 있는 국민들께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하며 이태원 참사 피해자들에게 공감을 표했다.
부디 정부 당국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 피해자들이 조속히 체계적 심리치료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돕고, 참사를 극복하는 주체로서 치유를 위해 그들의 경험을 나눌 수 있도록 모일 수 있는 안정적인 공간과 필요한 지원을 최대한 해야 한다. 언론은 이를 분명히 지적하고 취재, 보도해야 하며 특히 유가족, 피해자를 서로 나누고 상처주려는 시도나 희생자까지 모욕하게 만들려는 시도가 있는지 면밀하게 감시해야 한다.
사회적 참사 이후 달라져야 하는 것은 진상규명을 통한 재발 방지만이 아닐 것이다. 끝까지 한 사람을 포기하지 않는 것. 그래서 살 수 있는 사람을 반드시 살리는 것. 버림받아 죽임을 당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계속되는 사회적 참사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간다. 그럴수록 우리 사회는 더 암울해진다. 이를 막는 것 또한 살아있는 우리가 해야 할 사명이자 책임이다. 이태원 참사의 유족과 생존자들 그리고 트라우마가 생긴 구조원과 조력자들에게 5 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일동은 ‘사랑과 안정감, 그리고 지지’가 근본적인 치유임을 상기한다.
2022년 11월
공법단체 5 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황일봉 회장
생때같은 목숨이 도심 한복판에서 저 세상으로 사라졌다. 예상할 수 없었던 충격적 경험 이후 우리의 생김새와 성격이 다양한 만큼 이 경험을 사람마다 다양하게 소화하게 되는데 자칫 체한 경험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PTSD라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가게 된다. 그 경험은 무척 고통스러운데 일련의 고통스러운 결과는 5 18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의 트라우마 경험을 보면 극명히 알 수 있다.
하지만 기억을 소화하는 4~6주 동안 안정적으로 관리를 하게 되면 PTSD로 진행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이때 도움이 되는 다양한 안정화 기법들을 전문가들로부터 도움받아야 한다. 42년 전 5 18민주화운동 피해자들에게는 이 과정이 허락되지 못했다.
고통스러운 과거는 다른 형태의 폭력이나 혹은 가면을 쓴 양태로 몸과 마음에 다시 나타난다.
‘국가폭력’ 또는 ‘국가테러’라 할 수 있는 광주5 18의 피해자 중 아직 성폭력 피해자와 정신적 피해는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트라우마란 개념이 최근에야 한국사회에서 인식되기 시작했다. ‘뉴스1’에서 작년부터 피해자 37명을 심층 인터뷰하기 시작했다. 광주시는 ‘뉴스1’ 보도 이후 지난 5월부터 5 18피해자를 대상으로 실태조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총 2천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했고 이달 말에 결과보고서를 공개할 예정이다.
5 18민주유공자들은 모두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5 18 민주유공자 45% 정도는 고문 후유증과 트라우마로 알코올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아 알코올중독 치료를 받았다. 24.3%는 가정생활이 파탄 났고 아예 결혼도 하지 못한 사람도 있다.
“5 18 피해자들은 술과 약에 의지해 국가폭력에 대한 분노를 삭이며 사회적으로 고립됐고 사회적 편견, 왜곡으로 공동체의 구성원이 되지 못했다.”
피해자들이 받은 일시적 보상금은 대부분 병원 치료비 등으로 사용해 5 18민주유공자들은 생활고에 시달리는 이들이 많다. 80년 5월 이후 트라우마와 고문 후유증, 사찰 등으로 일을 하지 못해 '무직'이다. 5 18 피해자는 매월 급여 형태로 보훈 급여금을 받는 '국가유공자'가 아니라 '민주유공자'다. 일시적 보상금 외에 유공자 혜택은 있으나 연금은 따로 받지 않는다. 이들은 대부분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생계자금으로 겨우겨우 살아간다.
치유되지 못한 트라우마의 상흔은 그들의 생을 이렇게 할퀴었다. 트라우마는 사건 이전의 상태로 온전히 치유되지 못한다. 평생 짊어지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트라우마로 인해 개인의 삶과 공동체가 파괴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이 관리는 트라우마를 겪는 당사자와 온 사회가 함께해야 한다. 그리할 때 트라우마는 역으로 우리 사회의 긍정적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이태원역에 붙어 있는 수많은 포스트잇 애도 글 중에서 가장 많고 가장 가슴 아픈 건 ‘당신 탓이 아닙니다’라는 문구다. ‘놀다가 죽은 걸 가지고 왜 냔리냐, 그런데 간 사람이 잘못이지’라는 따위의 괴변에 대응하는 방패 말들이었을 것이다. 황망하게 이승을 떠나는 그 수많은 목숨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인사가 ‘당신들 잘못이 아니다’라는 말이라면 분명 무언가 잘못되어있다. 5 18민주화운동 피해자들도 지난 42년간 이런 오해와 가짜뉴스, 조직적 진실의 은폐로 수많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열린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아들딸을 잃은 부모의 심경에 감히 비할 바는 아니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비통하고 마음이 무겁다”며 “말로 다할 수 없는 비극을 마주한 유가족과 아픔과 슬픔을 함께하고 있는 국민들께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하며 이태원 참사 피해자들에게 공감을 표했다.
부디 정부 당국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 피해자들이 조속히 체계적 심리치료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돕고, 참사를 극복하는 주체로서 치유를 위해 그들의 경험을 나눌 수 있도록 모일 수 있는 안정적인 공간과 필요한 지원을 최대한 해야 한다. 언론은 이를 분명히 지적하고 취재, 보도해야 하며 특히 유가족, 피해자를 서로 나누고 상처주려는 시도나 희생자까지 모욕하게 만들려는 시도가 있는지 면밀하게 감시해야 한다.
사회적 참사 이후 달라져야 하는 것은 진상규명을 통한 재발 방지만이 아닐 것이다. 끝까지 한 사람을 포기하지 않는 것. 그래서 살 수 있는 사람을 반드시 살리는 것. 버림받아 죽임을 당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계속되는 사회적 참사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간다. 그럴수록 우리 사회는 더 암울해진다. 이를 막는 것 또한 살아있는 우리가 해야 할 사명이자 책임이다. 이태원 참사의 유족과 생존자들 그리고 트라우마가 생긴 구조원과 조력자들에게 5 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일동은 ‘사랑과 안정감, 그리고 지지’가 근본적인 치유임을 상기한다.
2022년 11월
공법단체 5 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황일봉 회장
수사일보 zkj0000@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