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의 모공편(謀攻扁)을 보면 “현명한 군주는 생각하고, 좋은 장수는 거둔다. 상황이 맞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고, 얻을 것이 아니면 군사를 사용하지 않으며, 위기에 몰리지 않으면 싸우지 않는다”는 구절이 나온다.

　사기(史記)의 백기왕전열전(白起王?列傳)에 나오는 ‘비리부동’의 경우를 살펴보자.

　진(秦)나라 소왕(昭王)은 조(趙)나라 수도 한단(邯鄲)을 공격하고자 병 때문에 출정하지 못하고 있던 무안군(武安君) 백기(白起)를 다시 장군 으로 삼으려했다. 이에 백기는 진나라 장평(長平)에서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진의 병사 절반이 사망했고, 국내에도 장정이 부족한 상황에서 공격하는 것은 불리하다며 장군 직을 거절했다. 진 소왕은 자신의 명령을 듣지 않는 백기에게 다시 한 번 간청했지만, 백기는 병을 핑계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진은 8~9월 한단을 공격했지만 함락시키지 못했다. 진의 군대는 위기에 몰렸다. 소왕은 다시 백기를 억지로 출전시키려 했으나 백기는 여전히 병이 심하다며 사양했다. 화가 난 소왕은 백기를 일개 병졸로 강등 시키고 수도 함양에 머물러 있지도 못하게 했다.

　상황은 여전히 진에 불리했고, 소왕은 사람을 보내 백기에게 자결을 명했다. 백기는 칼을 받아들고 자신의 목을 찌르기에 앞서 “내가 하늘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런 처지가 되었단 말인가?”라고 통탄한 다음 다시 “나는 역시 죽어 마땅하다. 장평 전투에서 항복한 조나라의 병사 수십만을 땅속에 파묻어 죽였으니, 그것만으로도 죽어 마땅하다”며 자결하고 말았다.

　진 소왕은 백기의 충고대로 이해득실을 따ㅕ보지 않고 무력만 고집하다가 결국 실패하고 백기도 잃고 말았는데, 이는 ‘비리부동’의 설득력 있는 사례의 하나다.
　병경백자의 이자편(利字扁)은 이렇게 쓰고 있다.

　병사를 움직이려면 국가에 이익이 있어야 하며, 창생을 구제할 수 있어야 하며, 위엄과 능력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 얻는 것이 잃는 것만 못하면 상황을 잘못 판단한 것이다. 군대를 움직이고 작전을 펼칠 때는 상황 판단이 필수적이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전체적인 국면의 필요성이 아니면 양쪽 군대를 비교해서 승부를 가늠하는 것은 득실과 비례할 수밖에 없다. ‘이(利)’와 ‘비리(非利)’를 어떻게 비교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생긴다. ‘이’에는 전체적 국면과 부분적 국면의 구분이 있다. 군사행동에는 전술?전투?전략의 구분이 있다. 때로는 전체 국면의 승리를 위해 부분적인 이익을 포기하는, 말하자면 부분적 희생이 필요하다. 부분은 결코 ‘비리부동’의 논리를 내세워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 전체적으로 따져보아 부분의 희생이 상황에 합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에서 이른바 ‘졸을 버려 차를 취한다.’는 ‘주졸보차(?卒保車)’가 바로 그 뜻이다. 모택동이 하나의 성이나 한 지역의 득실을 따지지 않고 적의 생산력을 소멸시키는 데 중점을 두는 사상이 필요하다고 한 것도 전체 국면의 이익에서 문제를 고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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