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오늘이다. 전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를 향하고 있다. 세 번째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이지만 여러 면에서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은 최초로 남북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열린다. ‘평화, 새로운 시작’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개최되는 이 역사적인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국내외 취재진 3천여 명이 몰렸다고 하니 가히 이번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 실감한다.

이번 회담에서는 과거와 달리 남북 지도자가 평양이 아닌 판문점 남측 관할구역에서 만난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처음으로 남쪽 땅을 밟는 것이다. 냉전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을 갖는 것은 냉전시대의 논리를 떠나 대화와 평화를 추구하겠다는 선언적 의미가 크다.

정상회담의 모든 과정을 전 세계에 생중계한다는 점도 의미가 상당하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이 된다는 것을 천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남북은 기념비적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핫라인을 개통했다. 북한이 핵동결 의지를 밝히자 우리 정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으로 화답했다.
　앞서 김대중·노무현 정부시절 두 차례의 회담을 통해서도 나름대로 의미 있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아쉽게도 합의된 사항들은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고, 보수정부 9년동안 다시 냉전체제로 복귀하면서 남과 북의 대치는 극에 달했다. 또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도 거셌다.

하지만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극적인 화해 무드가 조성되면서 국면은 확 바뀌었다. 불과 3~4개월 전만 하더라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북한은 이번 3차 정상회담에 나서면서 과거와는 다른 몇 가지 특징을 보여 주고 있다. 최초로 남북 정상간 핫라인을 구축하고 비핵화 의지를 천명하면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또 대화를 지속하는 기간 중에는 그 어떠한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나아가 핵무기와 재래식 무기도 남측을 향해 사용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남북 화해의 상징적 조치로 남측 태권도시범단과 예술단을 평양으로 초청해 공연도 펼쳤다.

이처럼 과거와는 전혀 상반된 북한의 태도에 대해 여전히 극우 보수 진영은 북한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가 구축되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며 기대감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회담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는 또 있다. 1차 남북정상회담이 김대중 정부 출범 2년 3개월여 만에, 2차 정상회담의 경우 노무현 정부 출범 말기인 4년 7개월여 만에 이뤄진 것과 비교하면, 정부의 정책 추진력이 강한 문재인 정권 초기에 회담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번 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남북정상회담 개최는 1회성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양 정상의 합의에 따른 후속 조치로 다각적인 남북교류가 이뤄질 가능성도 매우 높다.

다만 염려되는 것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의지 표명이다. 과거에도 핵개발 중단 의사를 표명했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확실한 결단을 이끌어내야 한다.

사실 그동안 북한은 회담 성사 조건으로 직·간접적인 대가를 요구했으나 이번에는 뚜렷하게 요구한 것이 없다. 그토록 민감하게 반응했던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은 ‘예년수준으로 실시되는 것에 대해 이해한다’는 이례적 반응을 나타냈다.

이러한 몇 가지 특징을 볼 때 북한은 분명 과거와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지만 이번만큼은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돼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고 남북이 함께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는 것에 대해 반대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를 위해선 북한의 진정성이 수반돼야 하며, 남북 정상간 합의내용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정치권도 한반도의 평화를 부정하지 않는다면 당리당략을 떠나 이번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초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오늘 정상회담이 한반도의 평화, 나아가 남북 평화통일의 초석이 되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기원한다.